{3} Recruiting and Raising


새로 이사온 건물, 우리 회사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3층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었다. 아마 사장은 이 테라스에 반해서 사무실을 옮긴 것일 터였다. 그는 이사 오자마자 계속 식물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테라스는 물론 사무실 곳곳을 화분으로 채운 다음, 근처에 앉은 직원들을 지정해, 물 주며 돌볼 책임을 맡겼다. 그건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넓어지고 비품이 많아진 새 사무실도 잘 돌보고 싶어진 사장이, 더욱 자주 주말 대청소를 하자며 한두 달에 한 번씩 직원들을 소집하게 된 건 불만스러웠다. 요즘에 와서야 그런 게 부당 노동 행위로 문제가 되기 시작하던데, 그때도 당연히 불만들은 있었지만, 그냥 사장의 ‘스타일’이거니 하면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주말에 회사에서 집기들을 끌어내며 청소를 하다가 나는 이상한 종이 쪽지를 하나 발견했다. 누런 종이에 고이 접혀 있던 종이를 펴자, 보풀거리는 솜털과 함께 조그만 씨앗들이 나왔다. 사장에게 보여주었더니, 반색을 했다. 자기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올 때 가지고 온 담배 씨앗이라는 것이었다.

나에게서 담배 씨앗들을 받아든 사장은, 테라스로 나가서, 이미 무성하게 지지대를 타고오르던 토마토 화분 한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비비적거려서 판 다음 씨앗을 넣고 대충 흙으로 덮었다. 나중에 잘 자라서 수확(?)하게 되면 나에게도 좀 나눠주겠노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뭐, 꼭 그렇게 얻어피우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사장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 씨앗들을 모두 사장에게 갖다준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는 씨앗들을 발견하고 먼저 반을 덜어낸 후 나머지만 사장에게 가지고 갔더랬다. 하지만 퇴사 이후 순간적 판단 착오로, 결국 그 씨앗들도 나의 몫은 아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쨌든 전시회 하나를 혼자 맡아서 끝내고 나서, 한동안은 제안서 PPT만 준비하는 한가한 날들이 이어졌다. 일층 식물 카페에선 귀여운 허스키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해서 나는 툭하면 구경하러 내려갔다왔다. 돈도 잘 벌리고 식물들도 예쁘게 자라고, 기분이 좋은 사장도 자주 삼겹살 파티를 주최해 운동권 추억담과 미술계 가십으로 직원들을 융숭하게 대접해주었다.

사실 우리 사장은 착취밖에 모르는 악덕 기업주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나이대로 보기 드물게 다방면의 실무 능력이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는 충분히 올바르며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특히, 다급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봐야 해서) 디자인 수정을 오늘 내로 못해주겠다던 외주 디자이너를 대신해, 한 시간 동안 손수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고 복잡한 디자인 파일을 수정하고 나서, 외주 디자이너에게는 제때 제 보수를 지급하라는 지시를 내리던 그의 모습에, 난 반해 버리고 말았더랬다.

얼마 후 정말 큰 일감을 마침내 따내어, 갑자기 많은 경력직들을 새로 뽑아야 하게 되자, 사장의 너그러운 인력 관리 방침이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신참인 셈인 나에게 그 전시회 진행 전체를 맡기면서 6개월 동안 함께 일할 10명의 임시직을 직접 뽑으라고 말했다. 임시직이므로 보험은 안 되지만, 대신 그 비용을 더 얻어서, 내가 받는 월급보다도 많은 월급을 주겠다고 했다.

전시회는 다름 아닌 ‘도서전’이었기에 나는 출판계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사람을 뽑았다. 다들 업계 기준보다 많은 월급과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만족하며 출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사장은 매니저로서의 내가 다른 임시직들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건 좀 미안하다며, 6개월간 같은 수준으로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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