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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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에 왔다. 추위와 비를 피해 왔는데 어제는 우산 없이 외출했다가 폭우가 쏟아져서 비를 쫄딱 맞았다. 비가 그친 후에는 저녁을 먹고 노란 골목길을 걸었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그새 걷혀서 흐르는 조각구름 뒤로 총총 박힌 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이 박혀 있고 별이 움직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별이 천천히 날아갔다. 아, 신비로워. 드디어 고요 속을 거닐 수 있다. 빠리에서는 인파와 소음에 내내 시달렸던 터라 이렇게 살금살금 거닐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반가웠다. 궂은 날씨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어깨를 웅크리지 않고 하염없이 걸을 수 있으니 충분히 만족스럽다.

밤이 되어 호스텔에 돌아오니 같은 방에 묵고 있는 애가 노트북이 고장 났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부팅이 되었다. 나도 뭘 알고 한 것은 아니다. 스크린에 'F1' 혹은 'F2'를 누르라고 쓰여 있길래 'F1'을 눌렀을 뿐이다. 자기는 지금까지 'F'와 '1'을 누르고 있었다며 나에게 지니어스라고 했다. 유튜브 영상을 다운로드해서 핸드폰에 넣고 싶다고 하기에 그것도 해줬다. 사실 진짜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그 애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뻐져서 하이파이브를 엄청 세게 했다.

간밤에는 바람에 창문이 무섭게 흔들렸다. 휘이 휘이 바람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와서 영화 속 음향효과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략 새벽 3시부터는 닭들이 울기 시작했고, 닭들의 합창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그 소리는 내가 알던 것과 달라서 개가 우는 건가 싶기도 했다. 바람도 닭도 내 단잠을 방해했지만, 춥지 않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포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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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구름이 하늘을 가로질러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것이 보인다. 햇빛이 쏟아졌다가 흩어진다. 내게 닿은 햇볕은 정수리부터 흘러내린다. 그게 너무 행복해서 온몸에 닭살이 자르르 돋는다.

걷다 보니 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했다. 저녁에는 젠젠의 책 <어쩌다 크루즈>에 나온 바에 가볼 생각이다.


Comments 3


ㅋㅋㅋㅋF와 1이라니 .. 귀여워요 지니어스 라라님

01.12.20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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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컴퓨터 천재 으쓱으쓱!

01.12.20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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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a est un génie.

03.12.20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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