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독립,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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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끝까지 읽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 글의 시작에 목적을 밝힌다.

도서출판 춘자 독립 자금 후원하기

도서출판 춘자의 첫 책, 마법사 멀린(@mmerlin)의 <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 초판 500부 인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텀블벅 펀딩이 진행 중이다.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하는 글이다.




독립 영화, 독립 음악, 독립 출판 등등 창작의 여러 영역에 독립이라는 말을 붙인다. 독립은 좋은 것이다. 독립하면 자유로우니까. 그러나 독립은 불편한 것이다. 독립하면 책임져야 하니까. 자유와 책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체로 돈이다. 독립을 선언한 창작자는 투자사나 제작사같이 돈줄을 쥔 이들로부터 자유를 얻는 대신, 창작의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독립, 독립, 독립! 그렇게 돈줄에 휘둘리지 않고 창작자의 의지대로 만들어진 창작물 앞에 '독립' 혹은 '인디'라는 말이 훈장처럼 붙는다. 생활비를 해결하고도 남는 돈이 무척 많아서 이를 창작 비용에 투자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창작자가 제 돈 들여 창작하는 것도 독립의 영역이다. 독립 창작 한다고 해서 반드시 배고프고 절박한 그런 예술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돈줄에 휘둘리지 않을지언정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창작물은 세상에 없다. 어쩌면 독립 여부는 창작 비용과 창작자의 자산 규모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창작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은 제한적이고 돈이 많이 드는 창작은 독립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독립 창작에는 저예산, 소규모 따위의 말들이 액세서리처럼 딸려 오곤 한다. 영화나 음악에 비해 적은 비용이 드는 출판 분야에서 유난히 분주하게 '독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독립'이 어렵다. 일단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고, '독립'의 모양들에 완전히 몰입하여 공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독립'하면 불굴의 의지, 초연한 태도, 헝그리 정신, 정의 구현, 마이너 갬성 같은 것이 떠오르고, 그러고 나면 독립을 하겠다는 내가 계절과 맞지 않은 옷을 걸쳐 입고 폼을 잡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어쩌지?

보통 독립 영화나 독립 출판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가리켜 상업 영화, 상업 출판이라고 하는데 나는 독립의 반대가 어째서 상업인지도 잘 모르겠다. 창작물을 수단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상업의 영역이라면 독립 창작은 뭐 다른가? 나는 독립 창작의 목적 또한 궁극적으로는 상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가족들이랑 둘러앉아 쳐다보면서 하하 호호 손뼉 치며 즐겁자고 창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창작자는 내 창작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지고, 들려지기를 원한다. 나아가 그들의 머리에 가슴에 흔적을 남기기를 바란다. 캠페인 같은 거 하겠다는 말 아니다. 그러나 취미 생활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기만족은 이미 질릴 만큼 실컷 했다. 궁상떠는 건 정말 싫다.

내 창작물을 팔아 돈을 벌고 싶다. 제1의 생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지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거니까 제2의 혹은 제3의 생업이어도 좋다. 어쨌든 돈을 벌어다 밥 맥여 주어야 한다.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나의 창작 활동이 '취미 생활' 혹은 '캠페인'이라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취미 생활이라면 적어도 돈이 되지 않는다고 초조해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내 돈 들여 취미 꽃꽂이 하고, 내 돈 들여 취미 요리 클래스 들으면서 돈 못 번다고 조바심내지 않는 것처럼. 캠페인이라면 추구와 지향은 이미 돈이 아닐 것이다.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창작이 캠페인도 취미도 아니라면, 궁상 그만 떨고 아주 그냥 작정을 하고 '상업' 하고, '영리 추구' 하자고. 혼자 못하겠으면 모여서 하고, 힘이 달리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자고 춘자를 시작했다. 모든 창작자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창작한다고 불순하고 미운 창작인 거 아니잖아요.

그놈의 '독립'이라는 프레임이, 뭐랄까 100%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뻔뻔한 말을 잘도 늘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자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독립' 밖에 없다. 독립獨立, 그래, 홀로 선다. 그래, 나 독립출판 한다. 독립, 독립, 독립! 자유, 자유 자유!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어그로 끌고 싶은 심정도 사실 조금은 있다.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다시 글을 이어간다.


나의 '독립'은 내 의지만으로 시작된 일은 아니다. 출판을 시작하겠다고 나선 것은 내 글을 책으로 내자고 하는 출판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책이 너무 쉽게 세상에 나와서 내 원고 정도 되면 책 내자고 할 출판사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책은 친구와 함께 '쓰자' 결심하는 순간 출간까지 술술 풀렸다. 지인이 우리 원고를 출판사에 소개해 주었고, 샘플 원고를 훑어본 담당 편집자는 출판기획서와 목차를 요청했다. 그렇게 뚝딱 출판 계약이 이루어졌다. 나와 친구는 즐겁게 나머지 원고를 썼다. 그리움 속에서 행복한 기억을 글로 옮기는 일은 돌이켜보면 놀이에 가까웠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책이 세상에 나오니 인생의 중요한 과업 하나를 마무리한 듯한 기분도 들었다.

두 번째 책을 위해 출판기획서를 썼다. 가능한 모든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출판한 책들을 훑어보고 내 기준에 괜찮은 책을 출간한 출판사 목록을 추리고 추려서 기획서를 보냈다. 돌이켜보면 매우 오만방자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끄적인 낙서 같은 글들이 책으로 나올 때마다 콧방귀를 뀌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때 책을 내보자 대답해 온 출판사는 없었다.

그래서 독립은 내 뜻이 아니었다. 나도 자본에 의지하여 쉽게 쉽게 가고 싶었다. 원고만 주면 출판사가 알아서 책 만들어주고 유통은 물론 홍보에 마케팅까지 해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아마 많은 '독립인(?)'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종 오디션, 각종 공모전, 내 능력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곳들을 찾아 다닌다. 기회를 주겠다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다른 이의 자본에, 다른 이의 기획에 기대어 내 창작물에 빛을 보게 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번번이 실패한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돈 벌어다 주는 창작물은 무엇인지 거듭 고민한다. 자괴감에 빠진다. 누가 이기나 보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가 체념과 오기가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내가 하자' 한다. 어차피 앞으로 계속 글을 쓸 텐데 글을 쓸 때마다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거나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내가 만들겠다 하다가 독립 출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쓴 글, 동지들이 쓴 글, 또 누군가에 의해 쓰여질 멋진 글들을 책으로 엮고 싶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돈 버는 독립 출판 하고 싶다. 같이 책을 만든 모든 사람이 이만큼 돈 버는 그런 독립 출판.


도서출판 춘자의 첫 책, 마법사 멀린의 <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 초판 500부를 찍기 위한 비용을 텀블벅에서 펀딩 중이다. 이 원고를 거의 1년 내내 읽은 것 같다. 편집자 마인드로 남의 글 읽으니까 재밌었다. 작가보다는 편집자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 뒤늦은 적성 찾기...? 책의 만듦새를 함께 고민해 준 디자이너도 만났다.

목표 금액이 500만 원이다. 도서출판 춘자의 독립 자금을 위한 후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첫 책부터 무려 800페이지 분량의 빡센 책을 만들게 되어 돈이 꽤 많이 필요해졌다. 허허허. 물론 펀딩이 실패해도 책은 어떻게든 나올 것이다. 무려 '도옥립' 출판을 하겠다고 나섰으면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한다, 고 호기롭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올려놓고 며칠 동안은 좀 쫄리는 상태로 지냈다. 세상에 실패가 기꺼운 사람이 어디 있나. 나의 모든 도전은 성공을 위한 것이다. 성공은 출판이지 펀딩 목표 금액 달성이 아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둘씩 해나가기로 했다.

도서출판 춘자의 두 번째 책은 피터님(@peterchung)의 유럽 수도원 여행기이다. 부지런한 피터님은 벌써 원고를 완성했고 사진 정리도 일찌감치 마쳤다. 피터님의 책에 들어갈 삽화 작업을 택슨님(@teaxen)에게 의뢰 중이다. 세 번째 책은 젠젠님(@zenzen25)의 크루즈 여행기이다. 5월에는 뱃사람이 다 된 그녀가 기획하고 있는 젠젠의 크루즈 브루어리 투어에 함께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어 <춘자로드>를 시작한다. 춘자로드를 마무리하고 네 번째는 내 책이다. 벌써부터 2020년 출간 계획이 빠듯하게 잡혀있는 도서출판 춘자 클라쓰. 크...

다들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중이다. 계속 쓰고, 계속 그리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걷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날 테니까. 세상의 모든 길은 이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서출판 춘자 독립 자금 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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