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


시력이 별로 좋지 않은고로 안경을 벗으면 거의 장님과 같은 수준이 된다. 난시가 있다는 건 상당히 불편한 일인데, 상이 흐릿하게 맺힐뿐만 아니라 여러 갈래로 조각나서 빛이 들어오면 흡사 회절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빛을 발하는 사물을 보면 현상은 더 심해진다.

어제 저녁에 길을 걸으면서 추운 날씨 탓에 안경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자꾸만 습기가 고여 뿌옇게되다보니 안경을 쓰지 않는 것이 더 편했다. 고질적인 난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지만, 사람들의 표정을 신경쓰지 않고 똑바로 걸을 수 있음에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 않고 보이며 다시 보이지 않는 느낌이란 생경한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기엔 어떤 것은 마음먹기만으로 되지 않지만, 최소한 마음이 편해지는 것 하나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평정심을 추구한다고 하니, 정말로 추구해야 이뤄지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 생각없이 바라만보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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