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은 아침보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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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ndelwald, Switzerland
Aug. 2019.

나는 어스름한 저녁을 좋아한다. 햇빛과 거리의 불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때가 오면, 괜시리 기분이 들뜨면서도 차분해진다. 갓 도착한 새로운 곳이라면 더 그렇다.

새로운 곳에는 아침보다 저녁에 도착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침에는 왠지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녀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여행만 하다가 죽는 삶이 아니라면 여행은 삶의 전반에서 희소성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저녁에 도착하면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주위를 산책하며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되돌아보게 된다. 길을 되짚어보면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인생에는 속도와 방향 모두 중요하지만, 애초에 방향이 틀렸다면 속도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그간 빨랐을수록 오히려 더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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