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오전에 가구 배송 및 설치 기사가 방문했다. 무척 힘들어하고 더워하길래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배송과 설치를 하시는데 한 분만 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힘드시지 않으세요?"

그는 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그렇지 않아도 무척 고되다고 답했다. 새벽 4시 반부터 준비해서 집에 들어가면 밤 12시라고 했다. 휴일이 있을 것이고 휴식 시간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일과를 수행해야하는 시간이 거의 20시간에 육박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물론 열심히 할수록 인센티브가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면서 인센티브를 취하는 구조라면, 스스로 고되고 힘들어죽겠다고 할정도의 업무량이라면, 룰의 설계 자체에 어떤 흠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좋아서 하시는 일인지는 차마 묻지 못했다.

사업을 하는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일은 고되다고 하더라도 표정에서 흥분을 읽을 수 있다. 본인이 좋아서 한다는 의미란 그런 것이다. 물 한잔을 건네면서 보인 기사의 표정에서는 그런 흥분을 엿볼 수 없었다. 오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일이 마무리된 후에 집에 있던 간식과 음료를 챙겨 기사 손에 들려보내는 것이 고작이어서 괜시리 미안했다.


Comments 2


고되고 힘들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01.03.20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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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책과 정치, 가치관의 영역이 얽혀들어가 있어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최소한 산업혁명 시대 이후 시대라면 좀 더 나아지는 부분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01.03.20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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