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팔이의 어려움1


알라딘 중고서점 플랫폼을 이용해서 집 안의 책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서 중고책을 매입하다가 다시 되파는 형태가 아니라, 애초에 가지고 있던 책을 내놓는 형태라서 이윤이 발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이 보관해두었던 상태 좋은 책에 대해서는 좀 더 높은 가격이 괜찮은 주인을 찾아가게끔 바라게 된다.

나는 연습서가 아닌 이상, 책을 상당히 깨긋하게 보는 편이다. 이름이나 필기를 책 안에 적지도 않고, 밑줄도 치지 않는다. 그러니 여기서 책의 상태가 나빠진다면, ㄱ) 책이 오래되어 속지가 바래거나 ㄴ) 이사할 때에 충격을 받아 표지나 겉 부분이 찍히거나 ㄷ) 뭘 흘렸거나 ㄹ) 보관이 잘못되어 습기를 먹었거나 직사광건을 쐬어 색이 바랬거나 정도이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상태들에 대해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것이어서, 가급적 품질 판정 기준을 빡세게 잡고 정말 새 책과 구분이 안간다면 '최상', 깔끔한 편이면 '상', 그렇지 않으면 '중'으로 매기고, 특이사항에 책 상태에 대한 묘사를 주관식으로 적어놓는다. 가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포장된 비닐이 제거되지 않은 새책 수준도 중고라는 이유로 가격을 내려서 팔 때면 사실 좀 아깝긴 하다. (어쩌겠나, 개인이 팔아서 생기는 한계이지.)

하지만 어디든지 표준 정규분포 상 상위 1%의 소비자와 하위 1%의 소비자가 있기는 마련이라서, (여러 의미로) 하위 1%가 걸리는 경우에는 상당히 피곤해진다. 이미 주문 발송을 위한 택배 수거가 되었는데 취소 안되냐고 문의한 뒤에 판매자의 귀책 사유라 적어놓는 사람, 어제 밤에 주문해놓고 오늘 저녁에 다짜고자 전화와서 왜 아직 도착안하냐고 직접 전화오는 사람, 본인이 여러 곳에 책을 주문해놓고 헛갈린 다음 갑자기 내가 발송한 책 A가 아닌 다른 누군가 발송한 책 B의 행방을 묻는 사람, 자기 눈에는 '중'인데 왜 '상'이냐며 시비거는 사람 (정 마음에 안들면, 내 측에서 비용들여 반품해준다 했는데도, 그러지는 않아 의아하기도 하고. 이 가격에 그정도면 싸다고 생각하긴 했던 모양.)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재화를 판매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수익을 생각해가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란 여간 어렵지 않나 싶다.


Comments 2


이런 귀찮음 때문에 그냥 중고서점 알라딘 같은데 판매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05.05.2020 02:51
0

네, 맞습니다. 다만 알라딘이 모든 중고책을 매입하는 건 아니라서, 결국 직접 팔아야할 때가 있긴 합니다.

05.05.2020 09:4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