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습작] 서양 고대 의학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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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카 파르마시아 에르보리스티카 디 산타안나, 이태리 제노아의 수도원 약국인데 후덕한 이미지의 수사님이 상담을 하고 의약 처방을 해주신다. 영어를 못해서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글에 입력하고 계신다. 내가 방문한 수도원 약국 중에 가장 다양한 의약품을 판매한다. 손님이 꽤 많다.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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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처

베르나(서양 고대 의학과 수도원 약국)의 일부와 관련된 다른 내용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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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의 까말돌리 수도원의 입구 베네딕토 성인의 동상, 근처에 약수물이 아주 달다. 이곳에 며칠 묵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수도원내 숙소 예약이 다 되어서 그냥 1시간정도 둘러보다가 라베르나 수도원으로 옮겼다. 1,000년 역사의 수도원인데 여기서 판매되는 의약품이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이곳 화장품을 사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판매하는 에센셜 오일 약품이 아주 좋다. 베네딕토 성인은 세속에 봉사하는 수도원 시스템을 확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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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아의 수도원 약국, 점심시간이어 기다리고 있다. 이 수도원 약국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동서양 고대 의학의 융합을 표현하는 것 같다. 동양의 경락신체도와 이침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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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노벨라, 피렌체의 수도원 약국으로 기업화 되었다. 화장품과 식품성 의약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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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의 생성과 혼합하여 변화됨, 조화의 회복에 대해서는 조리에 비유할 수 있다. 음식이 소화되어 생성된 영양분은 정맥이나 간장 중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서 변화한다. 체내에서 발생한 열이 적당하면 그 열에 의해서 혈액이 생기고 적당하지 않은 경우는 다른 체액이 생겨 혈액에 섞이게 된다. 그때 더 뜨거우면 담즙에 더 차가우면 점액이 된다. 노랑 담즙은 비장으로 흡수되어 혈액이 정화되지만, 비장의 기능이 나쁜 경우 노랑 담즙은 마무리된 것처럼 흑담즙이 되고, 비장 자체가 병적 상태에 있으면 잘 조리되지 않는 흑담즙이 신체를 둘러싸게 된다. 4체액설/셀프피디아을 의미에 맞게 의역하였음

약성의 고대 의학 적용에서 ‘맛’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쓴맛/떫은맛, 매운맛, 단맛, 신맛 등 맛의 조합으로 이것이 체내에 미치는 생리작용의 변화를 예측 적용한다. 예를 들어 매운맛은 발산/확장 시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뭉친 것을 풀어준다. 가스 활명수는 고추의 캡사이신을 소화제로 응용한 의약품이다. 지금처럼 약물의 성분과 생리작용을 연구한 생화학이 없었던 고대에는 ‘맛’의 성질을 통하여 인체의 생리작용을 해석하였다.

매운맛에도 개성이 있다. 퍼지는 매운맛, 차갑게 적셔주는 매운맛, 강렬한 매운맛 등 다양하다. 쓴맛, 단맛, 신맛 등과 적절하게 조합하여 식재료나 의약품에 이용하였다. 그런데 동양과 서양의 적용 방식이 여기서 차이가 있다. 동양의학 전통은 맛을 통해서 장부(오장육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주된 목적인데 서양 의학 전통은 맛을 통해서 체액의 상태가 조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痛卽不通 不痛卽通
아프다는 것은 통하는 것이고 아프지 않다는 것은 잘 통하는 것입니다.

동양 전통 의서인 황제내경의 기본 철학이다. 건강은 몸의 요소들이 조화로운 것인데 그 조화는 흐름(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건강에 대한 해석에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차이가 없다. 약은 입을 통해서 들어간다. 혀로 느끼는 맛도 동양이나 서양이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성(맛)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체내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생명 활동을 하는 장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과 이들 장부를 순환하며 돌아다니는 체액(혈액, 림프액, 척수액 등)을 정화 시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아직 자세하게 살펴보진 않았지만, 이를 토대로 서양 전통 본초학을 연구해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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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스티카 수도원(이태리 수비아코)의 약국, 여기도 수사님께서 의약품을 판매한다. 수비아코 동굴 수도원에도 몇몇 의약품을 판매하지만 이곳처럼 다양하지는 않다. 베네딕토 계열의 수도원은 대부분 의약품을 판매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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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베르나 수도원의 의약 제조 전시품, 프란치스코 계열 수도원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의약품도 다양하다. 까말돌리 수도원처럼 여기서 판매하는 천연 화장품이 유명하다.

수도원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농축액/오일, 차들인데 건강식품과 관련이 있다. 동양의 전통 약물은 여러 가지 약초를 혼합하여 장시간 동안 끓여 우려나온 것을 마시는 탕액이 많다. 그러나 서양의 약물은 약초들을 농축시킨 혼합액/오일을 물에 타서 먹는 제품이 많다. 동양은 해가 뜨는 동쪽이라 발산의 개성으로 약물을 우려내는 문화이고 서양은 해가 지는 서쪽이라 수렴의 속성이 강하여 농축시키는 문화에 특화된 것일까? 엉뚱한 생각이겠지만 흥미롭다.

장부의 조화와 체액의 정화를 목표로 하는 의학적 접근, 삼출과 농축의 약물적 특성의 차이, 목조 건물과 석조 건물의 수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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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말돌리 수도원 약국의 출입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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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어야 한다. 탈중앙화란 의미는 전문가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웬만한 양질의 정보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혹은 도서관을 통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의학지식도 예외는 아니다. 첨단 의료장비를 통해서 수치화하여 건강상태를 해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때로는 회의적이기도 하다. 특히, 암의 조기발견을 위하여 꽥꽥거리며 위내시경을 하고 심지어 측정 장치로 똥꼬를 헤집어 대장암에서 안전한지 검사까지 한다. 그리고 첨단 검사에 의한 예방의학 시대라고 떠든다. 그런데 전까지는 멀쩡하였는데 ‘암’이라는 판정이 나면 그 인생은 걱정으로 이미 반쯤 죽는다.
나는 전통 의학에서 진정한 예방의학의 가능성을 찾는다. 여기에는 첨단 장비도 필요 없다. 자신의 몸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생리작용의 관찰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적당한 지식과 생활 습관이면 충분하다. 어찌 보면 진정한 탈중앙화의 실천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관한 전통 의학적 지식을 공부하는 데서부터인지도,

동양에서도 약선(藥膳)이라고 하여 음식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개념이 있다. 그러나 한의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적용하기가 힘든 점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영어권 문화라서 그런지 음양오행에 바탕을 둔 의학적 적용이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서양의 히포크라테스 의학에 바탕을 둔 음식의 의학적 적용은 맛의 속성을 중심으로 비교적 단순하여 이해하기 쉽다. 복잡하게 장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식의 작용을 이해하기보다 4체액 이론을 바탕으로 음식의 생리작용을 이해하면 일반인들도 쉽게 예방의학 차원에서 건강 관리에 대한 지식을 쌓고 건전한 식생활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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