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오늘은 눈이 오면 좋겠어 01


그는 면접만 벌써 16번째다. 대기업은 진작에 포기했고, 미래가 보이는 중소기업을 찾으며 고르고 고른 기업의 면접날이었다. 반듯하게 다린 정장을 입고 머리카락 한 올도 가다듬고 면접장에 도착했다. 그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한 여성의 목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김이수씨, 김이태씨, 김은성씨 세 분 들어오세요.”

“네!”

그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면접실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빈 의자가 세 개 놓여 있었고, 정면엔 누가 봐도 엘리트로 보이는 면접관 세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다가 일어난 것 같은, 긴 머리가 헝클어진 여자도 한 명 있었다. 그 여자의 앞엔 ‘대표이사 오현정’이란 명패가 적혀 있었다. 그 옆엔 인사과장 ㅇㅇㅇ, 전무이사 ㅇㅇㅇ, 실장 ㅇㅇㅇ 이라는 세 사람의 명패도 보였다. 그의 눈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헝클어진 한 여자만 보였다. 대표이사라는 사람. 젊은 여자였다.

여러 질문이 있었고 나를 포함한 세 명은 어떻게든 면접에 합격하려고 최상의 답변을 하려고 애를 썼다. 면접 내내 맨 오른쪽의 대표이사는 세 장의 종이만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동안의 질문이 이어지고 난 후, 인사과장 ㅇㅇㅇ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표이사님의 질문이 있겠습니다. 한 분씩 질문하시겠습니다.”

그때서야 대표이사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얼굴을 보였다. 그는 그녀의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을 보고 반하고야 말았다. 면접을 보러 와서는 여자에게 반한 정신 나간 놈이었다. 게다가 그 대상은 대표이사였다. 그녀는 마른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김은성씨.”

“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

뜻밖의 질문이었다.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네? 네. 저는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그럼, 삼겹살의 가장 맛있는 두께는 몇 미리죠?”

“네?”

김은상이라는 사람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팔, 아니, 육, 아니, 팔 미리입니다. 삼겹살은 팔 미리로 잘라야 가장 맛있습니다.”

대표이사라는 오현정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다음 종이를 넘겼다.

“김이태씨.”

“네.”

“가장 좋아하는 색이 뭐에요?”

“네?”

여긴 면접 자리였다. 맞선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면접과는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

“네. 저는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왜죠?”

“강렬하고 정렬적이기 때문입니다. 제 청춘을 강렬하게 이 회사에 바치고 싶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종이를 넘기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마치 잃어버린 금반지를 찾은 것 같은 놀라움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바로 질문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종이를 뚫어지게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그는 대표이사의 눈이 너무 강해서 어쩔 줄 몰랐다.

“김이수씨.”

“네.”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가 뭐죠?”

그는 당황했다. 아는 별자리라고는 북두칠성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누구나 아는 북두칠성을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었다. 그때 그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떠올랐다. 첫사랑과의 대화였다.

‘오빠는 전갈자리야. 그런데 재밌는 얘기가 있어. 전갈자리랑 오리온자리랑은 서로 반대 방향에 있어. 오리온은 아주 힘이 쎈 장사였는데 전갈에 물려 죽었거든. 그래서 오리온은 전갈을 피해다니려고 전갈자리 반대에 있는 거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오리온자리입니다.”

그러자 그녀는 로또라도 맞은 사람처럼 놀라고 말았다. 그러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 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전갈에 물린 오리온이지만 저는 전갈에 물리지 않는 강한 오리온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도 놀라고 말았다. 전혀 준비하지 않은 대답이었고, 이런 생각을 해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이어서...)

새 소설을 연재합니다.
제 이전 소설(또또통)을 읽은 분이라면 두 배로 재밌을 겁니다.다.


Comments 1


처음 소설 읽으면서 나하님 이야기는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생각했는데 역쉬!! 달립시다 달려가봅시다!!ㅋㅋ

09.12.20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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