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연재 | 사랑은 냉면처럼 01


1.

수애라는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가방끈 조금 길다고 하늘같은 선배를 무시하는 수애 때문에 날마다 속이 터져 미칠 지경이다. 음식이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까다롭게 사사건건 트집이다. ‘자기 잘난 재미에 사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아보고 있다. 내가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8년 차 요리사다. 한식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든다. 성공하겠다는 고집으로 부단히 노력한 덕분에 칼질 실력이 최고 수준이다. 내 현란한 칼질을 본 사람은 누구나 감탄을 한다. 나는 눈을 가리고도 어떤 채소든 일정한 크기로 썰 수 있다. 한석봉 엄마도 울고 갈 실력으로 썰어진 채소들은 마치 정밀한 기계로 가공되었다고 착각할 정도다. 게다가 손님상에 나가는 요리는 맛도 탁월하다. 타고난 미각이나 후각은 없지만 레시피대로 정확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주방 일이라면 다재다능해서 주방장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레시피와 똑같이 음식을 만들어내는 나를 기특하게 생각한다. ‘요 녀석이 내 수제자야’라며 능력 있는 후계자를 둔 것을 자랑한다. 하지만 난 내가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리만 잘할 뿐이다. 나는 배우는 속도가 빨라서 가르쳐주기만 하면 바로 배워버린다. 주방장님은 이런 내가 신기하다며 자신의 기술을 모두 가르쳐 주었다. 그는 내가 곧 부주방장이 될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었다. 으하하. 그런데 왜 하나도 즐겁지가 않지? 내 자리를 빼앗은 수애 때문이다.

부주방장 자리는 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어린 수애라는 여자가,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없는 초짜가 부주방장 자리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대졸에 유학파라는 이유로 부주방장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유학씩이나 갔다왔으면 호텔에나 갈 것이지 왜 이런 평범한 식당에 오느냔 말이다. 칼질은 1년차보다 못하고 몸은 가녀리다 못해 삐쩍 말랐다. 힘주면 똑 부러질 것 같은 팔로 김치나 버무릴 수 있겠어? 학력차별이 싫어서 요리를 시작했는데 이곳에서도 학력차별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이런 게 어딨어. 젠장.

“이봐요, 경주 씨. 칼은 왜 또 여기다 뒀죠?”
또 시작이다. 작업대 위에 올려둔 칼을 가리키며 수애가 시비를 걸었다.
“아, 그거요. 바로 다시 쓸 거라 치우지 않고 둔 거예요. 그 녀석은 발이 안 달려서 항상 제가 둔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또 쓰더라도 자리를 비울 땐 항상 칼을 칼집에 안전하게 보관하라고 말했을 텐데요.”
양껏 높인 목소리가 주방을 울렸다. 아, 시끄러워.
“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주 자알 기억하고 있지요. 제가 기억력이 좀 좋거든요. 온종일 주방에 처박혀서 요리만 하느라 머리 굴릴 일이 없어도 기억력은 좋아요. 고졸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비아냥거리듯 약을 올리며 맞받아쳤다.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요? 칼 잘 두라는데 왜 또 시비에요?”
수애의 목소리가 주방을 울리며 내 고막을 괴롭혔다. 시비는 자기가 먼저 걸어놓고 왜 저러는 걸까? 내가 칼을 작업대 위에 그냥 놔둬서 다친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다. 왜 칼 관리 방법에 대해 시비를 거느냔 말이다. 나이도 어린 것이……. 나보다 경력이 더 많나? 나이가 더 많나? 기분이 매우 나빴다.

“시비 아닙니다.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인데 왜 화를 내시는지. 흐흐흐.”
“웃어요? 저 지금 경고하는 거예요. 계속 이런 식으로 칼을 아무 데나 놔두면 가만있지 않겠어요. 제가 경주 씨 상관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까짓 게 상관 좋아하네. 선배한테 버릇없이 말이야.
“네. 시정하겠습니다. 흐흐흐.”
수애는 내가 기분 나쁘게 웃으니까 어이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노려보기에 같이 노려봤더니 고개를 휙 돌리고 주방에서 나갔다.
나는 뭐 머리가 나빠서 대학에 못 간 줄 알아? 어디서 건방지게 이제 막 주방에 들어온 초보가 잘난 척이야. 아, 꼬인 내 인생이여. 슬프도다. 8년 동안 충성을 다해 일했는데, 왜 사장님은 저런 여자를 부주방장으로 데리고 온 걸까? 내가 맘에 안 들면 그냥 잘라버릴 것이지. 슬프도다. 꼬인 내 인생이여.


제가 아싸일 때 연재했던 소설을 재연재합니다. (지금도 아싸지만... 조금은 덜 아싸.)
총 분량은 30회이며 읽는 분이 많은면 완결까지 연재할게요.
읽는 분이 없으면 작년에 처음 연재했을 때처럼 연재를 중단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제가 쓴 첫 장편소설은 아니지만,,,
책으로 낸 첫 장편소설입니다.
책으로요. ㅎㅎㅎㅎㅎ

반응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좀 팔렸죠. ^^

잼나게 읽어주세요~~~

추가내용.헐~~~ 태그를 잘못 넣어요.sct 태그가 왜 들어있지?스판에 올릴 내용은 아니라 죄송합니다.


Comments 4


주인공한테는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 있군요. 열심히 일하는데, 중간에서 외부인이 와 내가 맡을 자리를 가로채는 기분.. 잘 알지 못하지만 상당히 짜증나겠어요.

19.07.2019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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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하시나요? ㅎㅎㅎㅎㅎ

19.07.20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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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태그가 짠으로 되어 있는 것을 몰랐네요. 짠으로 다시 보팅을 하고 댓글을 달아 봅니다. 재미 있는 소설.. 꾸준히 연재해 주세요.

19.07.20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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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t 태그가 어쩌다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19.07.20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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