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zzan 이달의 작가상 공모 | 수필 | 이젠 본인을 위해 사셔도 됩니다


수필

제목 : 이젠 본인을 위해 사셔도 됩니다

이젠 본인을 위해 사셔도 됩니다. 의사의 말이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난다. 지난 2년을 생각해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발달장애)를 인정하고 달려온 2년. 처음엔 그냥 늦다고만 생각했다. 말이 늦는 아이는 많아. 말이 늦은 거야. 여러 전문가들도 ㅇㅇ인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자폐는 아니에요. 말이 늦은 거예요. 수많은 전문가들이 늦은 거라고 했다. 하지만 만 3세. 요상한 한국나이 4세가 되자 병원에선 확진을 해줬다. 확진. 확실한 진단.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장애 카드도 나왔다. 발달장애. 심한 장애. 아내가 울며 말했다. 나 치료할래. 빚을 내서라도 치료하고 싶어.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 난 아내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이의 치료. 치료비는 월 500을 넘어갔고, 주택 이자와 생활비를 합치면, 한 달 지출이 내 월급의 2배를 가볍게 넘었다. 3배가 될 때도 있었다. 난 대출부터 받았다. 대출금이 바닥나면 또 대출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도 뛰었다. 하루에 2~3시간을 자며 치료비를 감당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2년을 달려왔고, 결과는… 아이는 할 줄 아는 단어가 10개 정도. 나는 불안장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두 번이나 죽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난 약을 줄이기로 하고 다른 정신과로 찾아갔다. 동네 동생이 좋다고 소개한 병원. 거기서 의사는 내게 할 만큼 했다, 열심히 살아오셨다. 이젠 내 건강을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내 건강. 2년 동안 수천의 치료비를 쓰며 난 여기까지 달려왔다. 몸은 망가졌고 정신적으로는 나도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되었다.

아들의 손을 잡는다. 따뜻하다. 모처럼 쉬는 날, 우린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돈다. 아들은 오랜만에 아빠와 산책 나와서 신이 났다. 겅중겅중 뛰고 풀도 만지고 내 얼굴을 보며 살인미소를 짓는다. 한참을 앞으로 뛰어갔다가 다시 내게로 뛰어오며 안기는 아들. 이젠 솔직히… 무겁다. 산책을 다녀와서 좀 쉬려고 하지 내 무릎 위에 앉는 아들. 뒤에서 아들을 안았다. 너 커서도 아빠 무릎에 앉을 거야? 응. 너는 스무살이 되고 아빠는 57살이 되어도 아빠 무릎에 앉아서 안아달라고 할 거야? 응. 할 수 있는 말이 몇 되지 않는 아들. 수천만원으로 뭘 한 걸까?

몸이 부르르 떨리며, 목 뒷줄기부터 온 몸에 냉기가 흐른다.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약을 먹고 덜덜 떨리는 목과 손을 억제하려고 노력해본다. 아들이 내 손을 잡고 방으로 가자고 한다. 아들을 따라간다. 앉아. 눈물이 흐른다. 너 ‘앉아’라는 말 할 줄 아는구나. 쎄쎄쎄.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다. 안 해준 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쎄쎄쎄를 해준다. 아이가 율동을 같이 한다. 다시 한 방울의 눈물이 또르륵 또르륵 통통 냉골인 방바닥으로 떨이진다. 너 율동도 기억하고 있구나.

희망이란 게 정말 있을까? 없다고 해도 있다고 믿고 싶다.


Comments 6


제가 나하님의 상황과 사정을 얼마나 알 수 있겠냐만은...

그 의사님과 같은 말씀을 해드리고 싶네요. 이제 본인을 위해 사셔도 된다고요. 분명히 아드님이 나하님께 찾아온 이유와 의미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절망도 고통도 아닌 희망이란 것 또한이요, 희망은 이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알아보지 못해 고통스러울 뿐이죠. 적어도 전 그랬고 그렇다고 생각하니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화이팅! 건강 잘 챙기시고요 :D!

30.12.20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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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고맙습니다. 힘이 나네요. ^^

04.01.20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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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깊이를 알 수 없겠지만 우리가 모두 살아있다는 자체가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숨쉬고 움직이고 세상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한 삶의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내년 한해도 열심히 살아갑시다.

31.12.202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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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고맙습니다. ㅠㅠ

04.01.20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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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우리는 또는 신념이 살아있는 경우에, 반드시 자신에게 신심을 준다!

10.01.20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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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ㅠㅠ

11.01.202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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