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대학교 노동자 파업


파업 사진
서울대학교 파업에 연대하고 있는 EriikaNykänen(필명|노동·정치·사람 회원 )이 기고한 글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서울대학교 직영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의 노동자들(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이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측은 본래 학교 공동체 구성원에게 미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파업을 계획했으나, 학교측의 불량한 교섭태도로 인하여 30년만의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24일부터 청소경비기계전기소방통신 노동자들(서울일반노조 서울대분회)이 연대파업에 나서면서, 학교 공동체 유지의 최전선에 있는 현장노동자들 중 조직화된 이는 모두 파업에 동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미 한 달 전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가 공기조화도 되지 않는 창고와 다를 바 없는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환기된 바 있다. 이번 파업을 개시하면서 대학노조에서 공개한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청소노동자들의 그것만큼이나 충격적으로 열악했다. 대여섯 명이 근무하는 매장의 휴게실이 1평 크기도 되지 않는가 하면, 에어컨을 설치해 주지 않는 대신 이온음료를 제공하고, 식당에서도 들여다보이는 공개된 장소인 주방에 수도꼭지와 샤워커튼을 설치하고 그곳을 여성 조리노동자들에게 "샤워실" 삼게 하는 인격모독을 저질렀다. 명절휴가비 대신 김 선물 세트를 주었다는 대목에서는 대학의 작태가 너무나 비루하여 실소가 나온다. 본래 생활협동조합은 외부에 비해 싼 물가로 구성원들에게 소매를 제공하는 것을 의의로 하고, 서울대학교 생협에서는 저소득층 고학생들을 위한 천원 식단 같은 상품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던 바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생협의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착취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학교측은 언론에 "임단협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표명을 했지만, 일반노조의 증언에 미루어 판단하자면 현재 학교의 대응은 "노력"이라고 봐줄 수도 없고, 노력이라고 한다 해도 그것이 노동자들을 위한 노력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일반노조에 속한 청소경비기계전기소방통신 노동자들은 작년 3월에서 8월 사이에 정규직화 (내지 무기계약직화)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일반노조는 2018년 9월부터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난 2019년 9월 말 현재까지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학교측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에 맞춰가느라 다급했을 뿐, 전환한 이후의 대책은 아무 것도 미리 마련한 것이 없어 일반노조 노동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때와 다를 것이 없는 처우, 혹 일부는 비정규직 때 받던 수당만 깎여서 더 악화된 처우에 놓여 있다.

삭발 사진
학교측은 갖은 치졸한 핑계를 들어가며 일반노조의 요구사항들을 회피해 왔다.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500원 높다고 최저 80만원인 명절휴가비를 못 주겠다고 버티다가 추석에 50만원 주고 설이 되자 연 50만원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소방경비노동자의 야근이 야근이 아닌 "당직"이라고 주장하며 당직 기록부에 특이상황이 없다(즉 정상적으로 근무했다)고 야근수당을 안 준다던지 하는 것이 현재 국책연구교육기관을 자칭하는 서울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런 황당한 작태를 항의하던 일반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학교 측 관리자에게 폭언까지 들어야 했다며, 이것은 임금과 처우개선 이전에 학교측이 현장노동자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매우 지당한 주장이며, 마지못해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이들에게마저 이런 불량한 태도로 일관하는 학교측이 아예 별개의 생활협동조합 법인으로 분리되어 있는 생협의 현장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자명한 것이다. 그들을 인간으로서 배려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에 그들을 이렇게 학대해온 것이지, 그들과 상생할 여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설사 여건이 없다 하더라도 만들내는 것이 인간 된 도리일 것이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지난 9월 19일 파업 개시 때부터 일관되게 학생과 교수를 비롯한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불편을 끼침에 대한 미안함과 양해를 표현해 왔다.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와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 미안할 일이 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총학생회장 등 일부 요인만이 아니라, 학내 각부의 전체 구성원들이 파업노동자들에게, 그들과 같은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로써 연대와 공투의 손길을 내밀어주기를 기대한다.

EriikaNykänen(필명) | 노동·정치·사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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