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 죄송합니다.


가게 앞으로 폐지 줍는 할머니가 무겁게 손수레를 밀며 지나가신다.
빈 박스도 드릴 겸 인사를 하니 물 좀 달라고 하신다. 마침 가지고 있던
두유를 하나 드렸다.

펀하게 앉아서 드시라고 의자를 권해드리니 맛있게 드신다.
이제 힘도 들고 여기저기 아픈데도 많아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십년도
넘게폐지를 줍고 계시는 할머니다. 돌보지 않는 자식들도 얄밉기도
하지만 당장 보기에 측은한 마음에 빈병이나 박스 헌책 같은 폐품이
나오면 모아드린다.

그런데 이 분이 다 드시고 물도 한 컵 더 드셨는데 도무지 일어나실
생각이없으신 듯하다. 말씀을 시작하시면 나오는 자식들 잘 사는 자랑,
박스 값이 점점 똥값이라는 불평에 당신 몸 아프시고 사는 게 귀찮아
하루가 백날 같아 빨리 가고 싶다는 말씀까지 이런저런 하소연이 줄줄이
늘어진다.

문제는 마스크는 턱에다 걸치고 계속 말씀이 이어지는데다 이른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 응대에 시간을 뺏겨 할 일이 태산인데 이제는 할머니가 또
내 시간을 빼앗을 태세다. 할머니 습성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내가 또 걸려
들었다.

할머니도 섭섭하지 않고 나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할머니께 죄송
하지만 돌려보낼 궁리를 한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해가 구름 속으로 숨는다. 그리고 흐린 구름이 계속 뒤를 잇는다. 금방 비가 올 것 같은데 종이 젖으면 무거워서 고생하시니 빨리 고물상에 가서 팔고 비오기 전에 집으로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다음에 박스 나오는 대로 모아드리기로 하고 물병에 시원한 물 채우고
마스크 잘 쓰시라고 하자 마지못해 일어나 손수레를 밀고 가시는 할머니 뒷모습을 보니 속이 아리다.


Comments 7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답답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함에도...

마스크 필착~!
손씻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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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2020 스팀 ♨ 이제 좀 가쥐~! 힘차게~! 쭈욱~!

09.09.2020 08:03
0

울 뻔했어요.
훌쩍 ㅠㅠ

09.09.2020 09: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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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2020 08:03
0

많이 외로우신가봐요
자식들보다 @jjy님이 더 가깝게 느껴지니 계속 이야기하시나 봅니다^^;

09.09.2020 13:03
0

왜 안그러시겠어요.
그 마음이야 알고도 남지요.

10.09.2020 03:16
0

할머니가 예수님인지 모르지요.^^

09.09.2020 13:06
0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예수님의 존재를 느끼기위해
노력합니다.

10.09.2020 03:1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