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 기록] 먼나라 이웃나라


연어입니다.


이원복 화백의 베스트셀러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판된건 1987년이었다. 당시엔 여행 자유화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유학도 대중화 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라밖 이야기에 굶주린 나같은 평범한 학생에게 이 책은 단비와 같았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대거 대학교에 진학하게 될 즈음 학교는 모자랄 지경이었고 입시를 둔 치열한 경쟁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젊은이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이런저런 빽이나 해명거리만 있으면 군입대를 면제받거나 방위로 빠질 수 있는 시절이기도 했다.

그저 그런 기억 속에 살았던 내게 나이차가 있던 유학생 여친이 생기면서 달라진 캠퍼스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로 가득찼던 학교 주변은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대체되어 있었고 당연지사 여친 친구들 대부분은 중국이나 기타 다른 국적의 학생들이었다.

한 번은 방콕에서 유학 온 학생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 얘기로는 많은 유학생들이 학교를 통해 장학금과 생활지원금 혜택을 받고있다는 것이었다. 단,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수가 너무 많아 해당되지 않는다던가...

여하튼 지방에서 올라와 집에서 부쳐준 돈이나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쓰던 동기들과 달리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생활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는 매우 놀라웠고 한 편으론 부럽기도 하였다. 그래도 이 학생들이 있기에 저출산에 따라 줄어드는 학생수와 이런저런 조기유학으로 빠져버린 자리를 메울 수 있을테니 이 또한 세상의 변화에 맞춰가는 것이라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바대로, 먼나라 이웃나라나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했던 나로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한시라도 빠를 때 좁고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서 벗어나 보고, 또 해외의 많은 젊은 친구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세상을 반기고 또 반기는 바였다. 꼭 유학이나 여행이 아니더라도 세계의 젊은이들이 서로 오가며 부대낄 수 있는 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하지만 코로나 국면은 이런 흐름마저 돌려세우고 있나보다. 자유 무역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고, 코로나로 촉발된 폐쇄적인 분위기는 이전보다 유학의 길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교육 선진국이라 칭하는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이 일단 심상치 않다. 미국과 프랑스가 이런저런 발표를 시작하고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이전보다 유학의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기러기 아빠를 탄생시킬만큼 불었던 유학 열풍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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