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8 기록] 언론과 분산


연어입니다.


3주 가까운 기간 동안 서울은 최루탄 세례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다니던 중학교가 큰 대로변에 있다보니 광화문 못지 않은 시위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최루탄 개스 속에서 수업을 해야했고, 하교 땐 차량을 통제한 채 무게를 잡고 있는 전경들의 행렬을 지켜봐야 했던 시절이었다.

이윽고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니 그 날이 바로 6.29다. 나는 어린 학생이었고 아버지는 직장인이셨지만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만큼은 똑같았기에 뉴스를 통해 발표한 '6.29 선언'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세상은 빨리 변하지 않았다)

다음해 어느날, 늘 신문을 접어 팔짱에 끼고 퇴근하셨던 아버지께서 하루는 처음 보는 신문을 한 부 들고 오셨다. 한겨레 신문 창간호. 알고 보니 아버지께선 조용히 한겨레 신문 국민주 운동에 동참하셨던 터였다. 새로운 일간 신문이 생겼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한겨레 신문은 당시 가로쓰기와 한글 전용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던 터에 이런저런 호기심을 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이후로도 아버지는 꽤 오랜기간 한겨레 신문을 들고 오셨다. 그렇지만 나는 첫 창간호를 들고와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읽어보시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께서 진실된 보도를 갈구하던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라도 풀고 싶으셨나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한겨레 신문은 국민주 운동을 통해 창간되었고, 이는 십시일반 재원 마련의 측면보다 특정 사주와 국가의 입맛에 흔들리지 않고 진실된 보도를 해주길 원하는 분산된 다수의 희망을 결집시킨데 큰 의미가 있다하겠다.

30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 본다면 한겨레 창간 방식은 진보적이면서도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짚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니 블록체인 기반 펀딩이니 하는 것이 뭐 별거인가? 합치된 방향을 세우고, 투자 위험은 분산하며, 왜곡과 날조로 부터 진실을 지켜나가는 최적의 방식은 결국 공정한, 그리고 잘 공개된 분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Comments 1


좋은 말씀입니다.
스팀잇이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09.07.202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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