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1] 공유하며 음식을 만들다, 먼슬리 키친


연어입니다.


예전엔 그랬다. 손님 맞이에 모자란 그릇. 몸보신 요리에 필요한 큰 들통. 이웃집 아줌마에게 한마디. 엄마 심부름 왔는데요. 그렇게 빌려 쓰곤 했던 기억들.

시대는 바뀌었다. 치솟는 임대료. 치열한 경쟁. 소가구에 혼밥족들.

외식업은 위기 돌파를 위해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을 끌어 올리고자 했다. 공유주방. 공유키친의 탄생이다.


트레비스 칼라닉. 탈거리에 공유를 입힌 우버의 창업자. 그가 살피고 가능성을 넘본 곳. 한국. 시원하게 쐈다. 그렇게 탄생한 먼슬리 키친.

이들이 주목한 부분은 성공의 환희가 아닌 실패의 쓰라림이다. 한국에서 소상공인이라 함은 곧 소수의 대박, 다수의 쪽박이다. 하지만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불안한 고용 시장. 낮은 사회 안전망.

실패하더라도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 시장 반응을 살펴가며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방법. 이 방법을 찾지 못하면 외식업에 뛰어든 이들은 벼랑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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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슬리 키친의 두 번째 카드 논현점. 왜 논현일까? 주변 강남 흐름에 떠밀려 더 빨리 활기를 잃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와 소가구 천지. 한끼밥 짓기가 난감한 이들에게 배달은 일상. 한 끼 식사와 배달이 만나는 곳을 공유 주방 솔루션이 놓칠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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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점지한 곳은 쏘딜리셔스. 우리 말로 옮겨 적자면 '겁나게 맛있는' 쯤 될까나. 그래 한 번 확인해 보자. 겁나게 맛있는지, 욜라게 맛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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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주문.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 매장별로 개별 메뉴들이 펼쳐진다. 쏘딜리셔스를 누르고. 밥 베이스의 다양한 요리들이 손짓을 한다.

오늘의 주문 가능 메뉴 8개. 반띵해서 4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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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쿨피스. 메뉴엔 1리터 짜리 복숭아 쿨피스던데? 그림과 매대 제품이 다르려니 주문했더니 나중에 방장님 한 분이 1리터 쿨피스를 들고 나오신다. 졸지에 1리터와 5백밀리 다 마셨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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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1번 타자, 잔슨빌카레!

존슨빌도 아니다. 본토발음 잔슨빌! 혹시 잔슨빌(Johnsonville) 쏘세지 아시는지? 이거 중독이다. 난 이 쏘세지 처음 맛봤을 때 세상을 평정할 쏘세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의성마늘프랑크가 나타나기 전까진.

비주얼 보시라. 옹기 종기 모여있는 재료들에 침 꿀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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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슷한 2번 타자, 치킨스테이크카레. 아, 다시 불러줄게. 치킨들이 카레를 테이크(치킨스 + 테이크 + 카레)한게 아니고, 치킨 + 스테이크 + 카레거든. 1번 타자 못지않게 단백질 구성 만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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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타자가 빠지면 쓰나! 나왔다. 히든카드 오므라이스! 오므라이스가 섬처럼 소스 위에 떠있다. 직접 보면 대박이다. 왜냐면 커버로 쓴 계란이 완전 촉촉스럽거든.

게다가 쇠고기를 머금은 저 소스는!!!! 먹는 내내 추리해 봤는데 '루'를 응용한게 아닐까? 아 모르겠다. 말할 수 있는건 미치게 맛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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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4번 타자! 시실리토마토해물탕면. 사실 나온 순서대로 번호를 먹여본건데 이건 진짜 4번 타자감이다. 홈런.

대개 해물탕은 조개나 해산물 육즙이 국물로 우려나오기 때문에 내용물이 의외로 퍽퍽하기 쉽다. 그런데 이건 미친것이야. 육즙을 탕으로 한데 모았다가 다시 골고루 스며들게 한 것 같거든. 양념이 잘 밴 가리비와 홍합들.
혹시 토마토 덩어리가 보이시는지. 새콤하면서 걸쭉한 탕 맛을 좌우한 숨은 공로자. 한국은 토마토를 탕 재료로 잘 쓰지 않지만 중국만 해도 그 맛을 잘 활용하는 편이지. 이걸 잘 쓰면 특유의 식감을 낼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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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자는? 그런거 없음. 그럼 먹기 시작이다. 혹시 사진에 보이는 4개의 허연 꽃송이들이 보이시는지? 콘슬로우다.

단언컨데 이건 콘슬로우라 쓰고 예술이라 읽어야 한다. 신부보다 더 예쁜 하객을 본 것처럼 난 저 콘슬로우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건 천상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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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떨어지게 왠 빈그릇 사진을... 이라 하실 수 있겠으나. 콘슬로우 그릇까지 싹싹 비운 이 현장을 보시라. 이 이상 무슨 말을 하리요.

오셔라. 드셔라. 그리고 공감하셔라.


"이곳 논현 먼슬리 키친에 자리 잡은지 한 달 남짓 됩니다."

식(食)의 마술사 정유진 방장님. 마이더스 손을 거치기만 하면 재료는 예술로 탈바꿈이다. 나는 그 현장에 있었을 뿐이고.

우리 예술가들이 생명을 불어 넣어 키운 홍대였는데 치솟는 임대료에 정작 우리는 밀려나고 말았지요. 장미여관 육중완의 스토리. 그 스토리는 비단 장미여관만의 것이 아니었다.

홍대에서 장사가 잘 될수록 임대료가 치솟았어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요. 잘 될수록 잘 버틸수록 힘들어지니.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공유주방을 찾게 되었지요.

최선의 음식. 식객들의 환호. 헌데 그 부가가치는 결국 어디로 흘러간걸까? 이상한 생리. 이상한 구조다. 뭔가 좀 잘 못 된게 아닐까?

홍대에서 꽃 핀 식도락은 시들어 버렸다. 최고의 음식장이는 지쳐버렸고, 식객들은 갈 곳을 잃었으니. 대체 누구에게 좋은걸까? 왜 지속 발전할 수 없던 것일까?


아직 일주일 내내 일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짧아 데이터가 부족하거든요. 조금 더 채우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됩니다. 거기에 맞춰 출퇴근 시간과 휴일도 정할거에요.

그렇구나. 모든 활동은 DB가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전략이 어렵다. 소상공인이 기댈 무기는 결국 이런게 아닌가. 여러 업체가 알뜰하게 주방을 공유하며 서로의 매상 패턴을 공유한다. 아마도 본사는 최적의 전략을 시시각각 수립해 나갈 것이다.

와우! 이건 최적의 수로 벌판을 장악해 나가는 장기판이쟎아! 수지타산을 위한 전략은 모든 참여자들의 땀과 행동에서 비로소 시작이다.


일단 잘 먹었습니다. 이단 정말 잘 먹었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맛있었습니다. 빈 말이 아닙니다.

말로만 듣던 공유 키친의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장은 배달 서비스와 연계되어 쉼없이 돌아갑니다. 확실히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패턴이었습니다.

시작은 절실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자본으로 밀고 들어오는 대형 프렌차이즈. 초원 생태계 최상위처럼 모든 이익을 빨아들이는 임대료. 잘 되면 접어야 하고 안 되면 망해야 하는 극단의 길.

이 길에서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지혜를 모으고 기술을 접목했지요. 리스크를 낮추고, 기회를 열고 싶었을 것입니다. 최선의 시너지를 기획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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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공유 키친에 대한 부작용 얘기가 나옵니다. 당연하겠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부작용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재료로 쓰일 것입니다. 제가 보건데 그 작은 부작용에 의해 되돌아 갈 생태계가 아닙니다. 이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생태계는 희망이 없다는 반증이 될 것입니다.

저는 희망을 봅니다. 실력과 열정을 갖춘 분들이 뛰어들어 쉼없이 돌아가고 있는 현장을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한 끼. 이 맛난 한 끼를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食)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리기를 기원합니다.
맛의 향연을 펼쳐주신 정유진 방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 번엔 콘슬로우 한 박스 구매 예정입니다. 판매 상품으로 좀 만들어 주시길 ㅋ


Comments 9


캬~! 맛 비쥬얼 모두 깡패닷~! ^^ ㅋ 💙
냠~냠~냠~^^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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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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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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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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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1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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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lose! 你输了!愿赌服输,请给我点赞~

21.11.201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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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1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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