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0] 공유 플랫폼


연어입니다.


어느 숙소가 제일 기억에 남니?

5년째 한국을 다녀간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호텔, 민박, 콘도, 한옥, 복층, 단층, 도심, 바닷가, 도미토리 등등 온갖 숙소를 다 이용해 본 친구다.

잠실에 아주머니가 운영하던 민박집.

정말? 기억난다. 4층과 연결된 옥상까지 통으로 쓰던 석촌동 한 빌라. 방4개를 통째 빌려 외국 친구들과 내 사촌동생들까지 함께 묵었던 곳이다.

왜? 지금껏 한옥을 제일 맘에 들어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한국 사람들과 함께 집밥을 먹으며 얘기 나누는 경험은 흔치 않거든.

친구들은 옥상에서 BBQ 파티까지 할 수 있다는 연유로 이 집을 선택했었다. 아쉽게도 소방법 때문에 BBQ 대신 옥상 꽃정원에서 차만 마셔야 했지만.


호스트 분은 미망인이셨다. 불의의 사고로 부군을 잃었고 2년간 우울증을 앓아 심신은 말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막 제대한 아들이 보다 못해 엄마에게 제안을 했다. 엄마. 우리 이 집 게스트하우스로 써보면 어떨까요?

평생 공무원이었던 부군이 남긴 재산이었다. 관광지도 아닌 곳에 있는 구형 빌라. 남은 가족이 채우기엔 방 4개의 공간은 너무나 컸다. 빈 공간만큼 슬픔과 우울함이 밀려들어 왔나 보다.

엄마가 응했다. 게스트하우스가 뭔지도 모르지만. 영어도 잘 할 줄 모르지만. 누군가 이 집을 찾아와 준다면 좋겠다. 봄 날 제비를 기다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마쳤다. 숙박협회에 등록도 마치고 소방 교육을 받았다. 아들의 도움과 번역 서비스를 이용해 영어로 홍보를 하고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땡! 예약을 알리는 첫 신청이 들어왔다. 엄마는 그 때의 신기함과 환의를 잊지 못했다고 한다.

청소를 하고 옥상 정원을 단장했다. 집안을 더 환하게. 그만큼 엄마도 더 밝아졌다.

미국에서 첫 손님이 왔다. 캐리어를 끌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롯데월드가 가까워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아하. 우리 집이 그런 잇점이 있었구나. 정보를 하나 얻었다.

함께 밥을 먹었다. 집밥. 손님은 자신이 사는 마을 이야기를 했다. 일평생 미국에 가 본 적 없는 엄마에게 신기한 내용이었다. 손님이 얘기했다. 편안한 집에 머물러 감사하다고. 집에서 해주는 한식을 처음 먹어보는데 엄마가 해주는 밥 같다고.

두 번째 손님은 일본인이었다. 올림픽 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 높은 아파트가 아닌 옥상 정원이 딸린 주택에 머물고 싶었다. 일본 손님은 옥상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의 전경을 한껏 만끽했다.


제가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마음이 참 밝아졌어요. 아들 권유대로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르죠.

어떤 점이 가장 흡족하신가요? 사람을 계속 만나니까요. 그분들이 찾아오거든요. 밝은 기운을 안고 저희 집으로 찾아와 준다는게 아직도 신기해요. 그 먼 곳에서.

연어님도 한 번 해보세요. 조금만 준비하시면 될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도 시작한걸요. 아마도 사표를 던지고 게스트하우스를 해보겠다고 나선건 이 권유가 시발점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이다. 주방이 분주하다. 일찍 일어난 호스트가 게스트를 위해 마련하는 아침 식사. 집밥이다. 토스트 빵조각에 커피 한잔이 아니다. 쌀밥. 김. 된장 미역국. 그리고 간소한 반찬.

외국 친구들을 위해 양념은 삼삼하게 했단다. 채소는 모두 옥상에서 직접 키운 것. 집에서 키운 재료로 만든 건강한 식단. 친구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내 사촌 동생들도 좋아라 한다.

한국식 인사. 차린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밥도 많이 있으니 더 드시고요.


그거였다. 우울함을 날리고 밝은 기운으로 바뀐 집. 옥상으로 한 층 올라가면 예쁜 꽃들이 정원을 이룬 집.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쌀밥에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었던 집.

내 친구가 기억하는 것은 그런 따스함이었나 보다.


공유경제에 대한 위기설이 한참이다. 우버가 그렇고. 위워크가 그렇고. 에어비앤비도 고군분투 중이다. 공유 경제, 공유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 다시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기대와 환상에 젖었던 플랜이 현실을 통해 다시 조각되는 지금.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지금이 기회다. 가치를 다시금 정립해 볼 수 있는 기회.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


우버 창립자가 돌고돌아 한국에 씨앗을 뿌린게 좀 있나보다. 궁금하네. 함 가봐야겠다. 배도 채울겸. 마침 단백질도 필요하고.


Comments 6


@tipu cruate

20.11.2019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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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ekim님이 jack8831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7 SCT)을 하였습니다.

20.11.2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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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가 닭살이 돋아본 게 참 오랜만이네요. 정말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연어님^^

20.11.2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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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a님이 jack8831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7 SCT)을 하였습니다.

20.11.201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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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aphim502님이 jack8831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5 SCT)을 하였습니다.

20.11.20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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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풀보팅)

20.11.20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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