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021.03.23 “해안스님 사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현장”


1961년 3월, 해안 스님(1901~1974)이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스스로 생전 장례를 지냈다. “대나무 매듭처럼 살아온 육십 평생 삶을 매듭짓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가상여를 만들어 장례식을 거행한 것. 상좌 10여명이 해안 스님이 탄 꽃상여를 멨다. 지장암에서 출발해 일주문을 돌았고, 다시 부도전으로 향했다. 이날 상여길 주변으론 1000여명 인파가 몰려들었다.

주변을 가득 메운 군중 가운데 어린 사미승이 있었다. 해안 스님의 제자로 현재는 서울 성북구 전등사 주지가 된 동명 스님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소장 진명 스님)가 3월18일 동명 스님과 업무 협약 체결에 나섰다. 스님은 은사 해안 스님 생전 장례식부터 대중선을 주창하고 있는 법회 현장,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1960~1970년대 능가산 내소사와 지장암 행사 사진 등을 여럿 보관하고 있다

동명 스님은 이날 협약식에서 “은사스님은 항상 불법이 스님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강조하셨다”며 “은사스님의 사상과 문화가 그대로 녹아난 현장 사진을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와 공유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했다. 이어 “불교는 복잡하고 어려운 가르침이 아니라던 은사스님의 말씀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동경봉, 서해안’으로 불릴 만큼 경봉 스님과 더불어 한국 근대불교사의 대표적인 선사로 추앙받았던 해안 스님은 대중선불교 운동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스님은 생전 아무리 미련하고 둔한 사람이라도 7일이면 도를 성취한다고 강조하며 출·재가자에게 철저히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때문에 언제나 당신이 있는 자리에선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과도 동등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제방에서 용맹정진을 한다고 7일간 잠을 자지 않는 수행자들이 늘어나자 스님은 “정진을 오래 해야만 깨치는 게 아니”라며 기계적인 정진이 아닌 신심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공부하고자 원을 세운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기꺼운 마음으로 찾아가 정진의 고삐를 당겼다.

1974년 3월9일 새벽 입적을 앞둔 스님에게 제자들이 열반게를 요청하자 “그런 것은 군더더기”라며 마다했다. 그럼에도 거듭되는 간청에 스님은 “생사가 없는 곳에 따로이 한 세계가 있도다(生死不到處 別有一世界). 때 묻은 옷을 벗으면 바로 이 달이 밝은 때이니라(垢衣方落盡 正是月明時)”라는 송을 읊고 열반에 들었다.

한편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는 2017년부터 한국 근대불교문화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 황상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교수는 “2022년까지 한국 근대불교 관련 사진을 5만장 수집해 메타데이터 작성을 하고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들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불교학 연구가 진흥될 수 있도록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보신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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