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독서쟁이 75 -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15_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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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마음마저 축 가라앉은 날이었다.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 오는 날, 어린 자녀와 부모가 우산을 맞잡은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 부모라는 존재의 역할과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웬만한 부모는 아들딸이 비 맞지 않도록 우산을 자식 쪽으로 가져간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아빠, 옷 젖었어?"
"아니..."

거짓말이다. 부모의 한쪽 어깨는 이미 흠뻑 젖어 있다.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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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3.2021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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