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하철의 경우 거의 모든 스크린도어에 점자 표기가 돼 있다.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올록볼록한 점자 표면을 살며시 더등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난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 작은 점이 내겐 말 그대로 점에 불과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한 선 또는 길이 될 테지. 우린, 각자 처지에 따라 다른 게 많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니도 몰라.
슬그머니 뇌리에 스치는 기억이 있다.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알파벳 B와 D가 셀갈리던 크흘리개 시절이었다. 집 근처에 있는 허름한 동네 미용실에서 사람 손 때가 켜켜이 쌓여 광택까지 흐르던 여성 잡지 한권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