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 중도의 삶인가?


제목이 참 거창하네요. ㅎㅎㅎ
정치 얘기일까요? 좀더 확장해서 얘기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우선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건 아니고요,
얼마전에 제가 입주한 지식산업센터에서, 어울리지 않게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어서 느낀 바를 과거 경험과 어울려서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부동산 중개인 대표님 소개로 같은 건물 다른 층에 계신 대표님과 얘기하는 자리를 짧게 가졌던 인연으로 떠밀려서

"선거관리위원회"

라는 곳에서 활동하게 되었는데요, 선거관리위원이란 “관리운영위원들”을 뽑는 과정과 규칙을 만들거나 관리하기 위해 임시로 조직된 단체입니다. 업무가 끝나면 자동으로 해산되는 단체이죠.

서너 번인가에 걸친 회의를 하다 보니, 사회 속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말 따져야 할 것, 조심해야할 것이 많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무슨 결정을 하든 근거가 있어야한다, 누가 끝까지 이걸 가지고 따질 때를 대비해서 반격할 수 없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Photo by Maarten van den Heuvel on Unsplash

그렇구나, 내가 참 순진하고 촌스럽게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아주 자주 들더만요. ㅎ

그리고 두번째로 느낀 점은,

사람들의 권력을 향한 강한 의지 였습니다.

정말이지 권력에 대한 욕망이 단 1도 존재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낯설은 모습이랄까…이런 내가 문제겠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네요. ㅋ

전 정말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래서인지 부유해보인다는 크나큰 오해를 자주 받는 편인데요,
정말이지 경쟁심이 부족하면 열심히 라도 살아야 거지꼴 면하지 않겠어요? ^^;;;

이렇게 느르느르하기만 할 것 같은 저도 주장이 강해질 때가 있는데요, 저는 사실 최소한의 규칙 혹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느 쪽이 되어야한다, 이런 의견은 없는 편인지만(사실 그러려고 노력하는 점도 있음), 과정의 공정성이나 원칙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또는 그게 범죄에 가깝다면 많이 냉정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회의 때도 주로 그런 쪽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던 것 같고, 대체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따랐지만, 운영위원들의 자격 조건은 저 때문에 좀 엄격해지기도 했죠. ㅎㅎ

회의를 여러 차례 거쳐가면서 어느 편이랄 게 없다 보니, 입에 담지는 않지만, 사실은 누구 편일거다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지네요. 아니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이 불편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분 탓일까요?

뾰로퉁한 얼굴로 어떤 분이 “난 너무 엄격하게 따지는 사람이 회장 되는 게 싫다”고 하며 동의를 구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고개를 끄덕였죠 그리고는

그리고 공정하고 원칙에 맞게 진행된다면 충분하다

고 했더니 표정이 썩 좋지 않더군요. ㅎㅎㅎ

이제 서로 안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편가르기가 생기는지, 보거나 얘기를 듣고 있자면 아주 신기합니다. 요런 조그만 커뮤니티에서 회장이 되면 무슨 이득이 있길래? 진심 궁금하다!!!

몇 년 전인가 모 경제인협회에서 겪은 일이 데자뷰가 되어 떠오르네요.
그 시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던 때였는데, 그때의 우리 정치 상황과 묘하게 많이 닮은 모습이 그 작은 경제인협회에서도 펼쳐졌었죠. 많지 않은 회원들이였고, 그 와중에 아마도 내가 누구 편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판새가 달라질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양쪽에서 사무실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계속해서 자기네 편들어달라고 괴롭히는 바람에 아주 괴로웠답니다. 머, 결국에는 그 협회를 나와버렸죠. 나중에는 거기 회원님들이 많이 미안해하시긴 했지만, 그렇다고 남아있고 싶지는 않았네요.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대학원에서 반 강제로 과대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참 묘했습니다. ㅋㅋㅋ…..하도 과대표하라고 떠밀길래, “그럼 내가 너희들을 맘대로 부려먹겠다, 내 말 잘 듣겠다면 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과대표가 됐다는 황당한 결말ㅋㅋㅋ 당시에 우리 과에서 주류 세력과 비주류 간의 묘한 줄다리기가 낳은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주류 세력들이 좀 자기 주장도 강하고, 다소 갑질하는 부류들이였는데, 그들이 보기엔 내가 참 말 잘 듣게 생긴 만만한 언니로 보였던 것 같고, 힘없는 비주류들이 보기엔 그나마 내가 공정하게 할 것같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즉 양쪽 모두의 지지를 받았던 거죠. 크하하하…

결과는요? 과대표 하는 내내 주류 세력들에게 욕바가지를 얻어먹었죠. 내가 시키는 말 잘 들은 애들은 딱 2명이었구요. 내가 참 유순하긴 하지만, 투표 같은 걸로 나온 결과는 그대로 참 잘 지켰거든요. 그게 그들(주류) 생각과 잘 맞지 않았나봐요. 그러나 비주류들도 주류 뒤에 숨어서 같이 나를 비난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서 사실 상처 좀 받았네요.

크고 작던 권력이라는 것이 걸리면 사람들은 참 못되지나봐요?

그래도 또다시 이런 상황들에 처하게 된다면, 나란 사람은 같은 선택을 하지 싶네요. 이래서 내가 인생이 별루 안 풀리나 봅니다. 누구 편들기엔 내가 아직도 모난 사람일 수도.

예전에 정치에 관해서 중도라고 하니까 양비론자니 어쩌니 하면서 맹렬히(내 입장에서는) 비난하던 모 지인이 떠오르네요… 나중에 지나치게 흥분했던 것 같다며 사과했지만, 이후로 나를 매우 불편하게 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불편해 하니 나도 불편해 졌죠. 정치 얘기란 그래서 어려운 듯. 그때는 어느정도 별 입장이 없는 중도이긴 했습니다. 관심 없었으니까, 그러나 요즘의 어지러운 일들을 몇 년간 겪고 보니, 나름 입장이 있는 중도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난 우리사회가 원칙과 공정이 지켜졌으면 싶고, 그럴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좌던 우던 나는 지지할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체제도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칙과 공정을 자신의 편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정치인, 정당만 있다면?

아마 난 또 양쪽 모두에 욕먹을 거다. 에효

Photo by Thien Da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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