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남편의 소원 / 허리케인 트라우마 2


오전 6시 10분 출근, 오후 4시 30분 퇴근
66인분 판매

오늘은 To-go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어제보다 판매수는 더 많았으나 매출은 동일.
To-go 손님들은 한 50퍼센트 확률로 음료나 디저트도 같이 사가서
Dine-in 손님들보다 객단가가 낮은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진짜 편하다.
내가 만들면, 남편이 포장해서 그냥 보내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에.
그래서 설거지가 어제보다 적게 나와서 나도 남편도 조금 일찍 퇴근 했다.

남편이랑 얘기했던 장기 계획인데
지금 하고 있는 가게가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권리가 팔리면 프랑스 본토로 가기로 했다.
거기서는 컨셉을 달리 잡고 To-go 나 Grab and go 형식으로 하자고! 꼭!
남편의 의지가 대단하다 ㅋㅋㅋ
집에서도 남편이 설거지 담당인데 (아니 사실 밥 차린 사람은 설거지 열외인데 내가 거의 차림ㅎ)
소원이 식기세척기 갖는거.
집 더 넓은데로 가면 꼭 식기세척기 사주기로 했다.
지금은 셋집이라

허리케인 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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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여기서 꽤 럭셔리한 주거단지로 개인 보트를 정박할 수 있는 Dock 이 딸린 집도 있고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살던 곳/사는 곳과는 매우 차이가나는
그렇게 살고 있던 스튜디오가 거의 통째로 날아간 뒤에
우리는 운이 좋게 단골손님이면서 우리에겐 친한 언니 오빠 같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그 분들 집으로 들어가서 지낼 수 있었다.
거의 한 달을 넘게 그분들 집에서 지냈다.
다행히 의사인 남편분만 섬에 남고 부인과 자식들은 미국 공군기를 타고 섬에서 탈출했다.
아직 자세히 얘기 하지 않았지만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나서 섬이 카오스가 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개인용 제트기가 있는 레벨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섬을 탈출하기에 바빴고
미국인들 중에는 저렇게 미국정부에서 공군기를 보내줘서 그걸 타고 탈출한 사람들도 있었다.
크루즈 회사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돈을 받았는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는데) 크루즈 배를 지원해줘서
그걸 타고 푸에르토 리코까지 배를 타고 간 사람들도 있었다.
베네수엘라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이 친구는 그런 배를 타고 거기까지 가서 미국으로 넘어가서 지내다가 어느 정도 혼돈이 정리가 된 다음에 돌아왔었다.

전기는 부분적으로 들어오는 곳이 있었지만 수도는 프랑스령이나 네덜란드령 모두 끊긴 상태였는데
여기는 자체 발전기가 있어서 전기가 거의 항상 들어왔었고
물도 아주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공급이 되고 있었다.
역시 관리비의 힘인가...
듣기로는 물론 평형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이분들은 한 달 관리비가 1000불 정도라고.
우리도 여기로 이사오면 너무 좋겠다고 너무 해맑게 얘기하...
한 달 관리비가 우리집 월세보다 비싼거 실화냐..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면 경비가 꽤 삼엄했다.
외부인인 우리는 그래서 차는 단지 밖에 세웠어야 했지만 이 조차도
경비를 한 번 거쳐서 들어가는 곳이라서 차량 도난의 위험에서 조금 자유로웠다.
말했다시피 우리 차는 누구든 원하면 들어갈 수 있게 뒤가 아주 자유롭게 뻥 뚤려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기는 차량 도난 사고도 많고, 배터리나 부품, 타이어 훔쳐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작년인가 누가 타이어를 훔쳐 갔다면서 한국에서 기사가 났던데
그런거는 여기서는 기사거리도 아니다. 너무 흔해서.
작년에 반파된 지프를 5일정도 가게 앞에 세워두고 남편 누나 결혼식 때문에 프랑스에 잠깐 다녀온 적 있었는데
그 때 아니나 다를까 누가 차 배터리를 쏠랑 훔쳐갔더라.

배터리 교체한 지 얼마 안됐었는데 ㅂㄷㅂㄷ

아무튼 사진은 허리케인 후에 정박해 둔 보트가 물에 잠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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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초록한 섬이었는데 허리케인 한 번 지나가고 나니
운좋게 살아남은 나무들도 이파리들이 다 떨어지고 가지는 다 부러졌다.
순식간에 섬 전체가 흙색으로 변했다.
그 때 느낀게 자연이 진짜 무섭다는 것과,
그러나 회복속도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어느것보다도 빠르다는 것.
저렇게 되었지만 금방 푸른잎들이 다시 올라오는 것 보고 정말 경이롭다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은 아직도 그 날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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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소였나, 자동차 판매점이었나.
불이나서 주차되어 있던 차량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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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주차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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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무슨 호텔인가 리조트였나 그랬는데
진짜 날림공사 했구나 싶었던게
가까이 가서 보니까 외부 벽 속이 나무판자였다...
진짜 저거 지은 사람들 벌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안에 사람이 있었는지 이미 대피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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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물 클로즈 샷

허리케인 직후에 우리도 살던집을 잃은 상태라
그 엉망진창된 곳에서 쓸 물건 버릴 물건 정리하고 찾고 하느라고
사진을 찍고 남길 여유 같은것은 전혀 없었다.
저 사진들도 한 참뒤에 조금 여유가 생겼을때 찍었던 것 같다.
우리가 살던곳은 아예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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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우리가 살던 스튜디오다.
최근에 우편물 가지러 가면서 찍었다.
자세히 보면 벽이 없다.
아직도 저모양 저꼴이고
지붕은 한 번 공사했다가 공사 업체에서
공사를 잘못하는 바람에 다시 뜯고 다시 다른 회사 통해서 재공사 하고 있다고 들었다.
2년이 거의 다 되가는데도 변한것이 별로 없다.
당연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 되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계약은 자동 파기 되었다.

여기서 살면서 가끔 답답한게 어떤 동네에 가면 사람들이 집주변 정돈을 잘 안하거나
부서졌지만 고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약간 엉망진창인 상태로 살거나
아예 집공사를 마무리 하지 않은채로 그냥 입주해서 사는 것을 본다.
지붕에 보면 철근이 삐쭉거리며 나와 있는 집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건 내가 거의 10년전에 인도여행할때나 보던 그런 집들과 비슷..그 보다 못한집도 많고)
그런 부분들이 이 섬의 풍경을 조금? 아니 사실 많이 해친다고 해야 하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업으로 먹고 사니
관광객들이 왔을 때 적어도 깨끗한 인상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사람들이 그런것엔 관심이 하나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카니발, 파티 이런것에만 너무 신경쓰는것 같다)
그냥 고쳐봐야 또 허리케인 와서 부서져 버리면 끝이니까
고치고 고치고 고치다 신물이 나서 그냥 놔두는것 같기도 하고..
시계가 80년대나 90년대 어디쯤 멈춘것 같은 인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보기엔 아직도 장사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벌기에는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은 든다.
섬은 작고, 그에 비해서 인구밀도는 높고,
그래서 어딜가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곳이고,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전이 매우 느리고,
열정이나 열의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비하면 적다고 해야 하나...
그냥 내 뇌피셜일수도 있지만.
그래서 사실 뭐든 평균정도로만 잘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뿌리내리고 살라고 하면 남편도 나도 글쎄...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Comments 6


언제 허리케인이었나요? 플로리다도 남 일이 아니라... 올해도 잘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https://www.steemzzang.com/promoted/ 으로 접속해보세요~
많은 분들께서 환영해주실 거예요.

15.08.20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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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irma 였습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ㅜ 올해 날씨가 유독 무덥다고 느껴지는게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그 때 너무 더워진 바닷물이 허리케인 세력을 엄청 빠르게 키웠다고 했거든요.

16.08.201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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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적어주신 링크로 들어갔더니 드디어 글을 작성할 수 있네요! 로그인도 안되고 아무것도 안되서 나는 안되나봐요..하고 약간 낙심하고 있었는데 ㅎㅎ 감사합니다

16.08.2019 01:35
0

와... 허리케인 무섭네요.
종종 들러서 사시는 이야기 읽고 가겠습니다. ㅎㅎ

15.08.2019 14:06
1

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16.08.2019 01:36
0

짠~! 💙 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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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0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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