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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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익 교수님의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란 책을 읽었다.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이 책은 장회익 교수님의 "온생명"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대중과학서"라고 소개되지만 실상은 "소논문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먼저 20세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물리학의 엄청난 발전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과학의 흐름이 생물학으로 넘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내용을 소개하며 이 책의 내용과 이 책의 파장에 대해서 서술한다.

DNA 의 구조에 대해 연구한 왓슨과 크릭, 그리고 많은 이론생물리학자들에게 이 책은 엄청난 파급력을 생성했으며 장회익 교수님 본인도 물리학자에서 생명과 관련된 일들로 넘어가게끔 할 정도로 비록 그 책에서 생명이 무엇이란 정의와 실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진 않았지만 많은 물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생물학 연구에 뛰어들만한 motivation 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직까지도 고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비록 나는 아직 원문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 뒤 생명의 정의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과 여러 학자들의 정의에 대해 서술한다.

어떤 물질들이 어떤 성격과 모임을 이루어야 그 안에 "살아있음" 이라고 할 특정적 면모가 나타나는가?

일단 여기서 local 한 의미에서의 "살아있음" 과 global 한 의미에서의 살아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장회익 교수님의 온생명(global life) 개념이 교수님의 생명의 정의와 관련된 질문의 답이다. 사실 온생명 개념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간략히 말하면

진정한 생명의 모습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이것만으로 생명현상을 이루어 낼 때, 그 전체를 생명의 단위로 온생명으로 정의한다.

정도 되고 여기서도 사실 "생명현상"의 정의나 이런저런 이야기 할 것들이 많으나 너무 테크니컬한 것들이라 넘어간다. 생명에 대한 이런저런 여러 학자들의 정의에 대해서도 꽤나 많이 투자한다. 베르나고스키, 라세보스키, 로젠, 마투라나, 바렐라의 정의 등등... 여러 학자들의 생명 정의와 교수님의 온 생명의 정의가 오기 전까지 그 뿌리가 되는 정의들도 서술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생명에 대해 6가지 관점에서의 정의를 수록해 놓고 있는데, "대사적, 생리적, 생화학적, 유전적, 열역학적, 자체생성적" 정의를 소개하며 생명 자체에 대한 아주 포괄적이고 간결한 정의는 아직 합의된게 없다고 서술한다. 어떤 사람들은 생명 자체를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개별생명체의 의미에서의 생명의 정의나, 교수님과 같은 온생명의 정의 등 생명을 정의하려는 사람들의 관점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교수님의 온생명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열역학과 우주론에 관련된 물리 내용들이 소개된다. 이는 우주내의 질서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고 우주 내의 질서가 생성될 수 있다면 이러한 개념을 생명 내에서 (책에서는 autocatalytic local order 자체촉매적 국소 질서란 개념을 정의하는데....) 확장할 수 있다고 전개하며 온생명의 개념과 그 수반내용들을 서술해 나간다.

이 부분부터는 사실상 교수님의 논문 요약 및 해설이라 사실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 책은 청년지성 총서의 시리즈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청년이 읽기에도 사실 어려운 책이기도 하고, 물리학 전공자나, 생물학 전공자도 실상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정의 문제는 비단 물리학, 생물학적 과학 내용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고도 들어가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내용이 들어간다. ) 온생명 개념과 비슷한 내용의 강연이나 책을 접한 적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여전히 서툴고 이해하기 어렵다.

책 후반부는 온생명 개념과 그 기술적인 내용들 그리고 여러 문제들에 대한 온생명 이론의 답을 담고 있다. 사실 온 생명 이론 관련해서는 비판도 꽤나 있긴 하다.

기사를 하나 첨부해보면

온생명이론’ 비판과 반론-한겨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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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계에서는 이런 발상 자체가 참신하고 영감을 주며 충분히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소흥렬 포항공대 교수(철학)는 “개체 생명들에 대한 ‘행성적 온생명’이 있듯이 이에 대한 ‘우주적 온생명’이 또 있어야 한다”며 “우주인의 눈을 통해 확장된 포괄적 개념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지만 충분한 원인설명력이 없는 서술적 관점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철학)는 “사실과 당위를 통합하려는 (장 교수의) 윤리학적 태도는 칼 포퍼가 지적했듯이 자연법칙과 규범법칙을 구별하지 못함으로써 인간의 행위에 대한 전면적 통제를 정당화하는 닫힌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엄정한 과학적 태도를 주문하는 비판도 많다. 홍욱희 교수(세민환경연구소)는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과 장 교수의 ‘온생명론’을 비교하면서 “장 교수가 인간의 위상을 그처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냉철한 논리를 요구하는 과학과, 논리나 이론보다는 감성과 직관을 중시하는 인문학의 만남을 너무 서둘렀던 나머지 온생명 개념에서 적지 않은 허점을 노출시키고 말았다”고 비평했다.

구승회 동국대 교수(철학)는 온생명과 생태사상과 관련해 “장 교수는 물리학자인 만큼 현재 환경파괴 추세를 추동하는 변수들은 어떤 인과작용이 있는지, 이런 추세가 계속되리라고 설명하려면 어떤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신뢰할 만한 확률값을 얻을 수 있는지 등에 대답하는 것이 과학적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뭐 장회익 교수는 후에 이러한 비판들이 학문적 관행의 위험한 사조 등등 자신의 의견이 패러다임의 전환의 성격이 강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이런저런 논문을 철학 논문지에 올리기도 하긴 했는데, 뭐 아무튼 그렇다.

아무튼 이러한 논란이 있던 것을 알았기에 뒤로 가면 갈 수록 너무 테크니컬한 내용들로 가득차서 책을 편하게 읽기가 어렵긴 했다. 이 책은 2014년도에 출간된 것으로 그 전까지 있던 이러한 논란들에 대한 답을 가능하면 넣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ㅎㅎ; 흠 솔직히 개인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환이라고도 보기도 좀 애매했고(뭐 이론물리학에서는 우주도 생성과 소멸을 맞이하는데 뭐 작게 보면 온생명 개념은 우주 안에 들어가는 개념이 아닌가, 아니면 우주들 단위로 또다른 온생명 개념을 펼쳐야 하는건가? 이러면 결국 순환 고리의 우로보로스, 꼬리물기 문제가 되어버리는데 ...) 뭔가 잘 설명하려고 하다가 이런저런 물리나 생물 내용이 짬뽕된 느낌도 많이 받았어서.....

물론 장회익 교수님이 나름의 깨달음으로 이 개념을 내어 놓으셨겠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데에는 이 책으로도 여전히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Comments 1


DNA 구조 영역은 정말 아직도 무궁무진 한 것 같아요ㅎ

05.12.20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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